소프트뱅크가 자회사인 라인야후의 ‘자본 관계 재검토’와 관련해 네이버로부터 지분을 매입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9일 공식 발표했다.

소프트뱅크 미야카와 준이치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열린 결산설명회에서 “라인야후 측이 네이버와 업무위탁 관계를 순차적으로 종료하기로 전날 발표했다”면서 “우리(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라인야후의 요청에 따라 보안 거버넌스와 사업전략 관점에서 자본 재검토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미야카와 CEO는 “현시점에서는 양측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앞으로 보고할 일이 생기면 신속하게 공개하겠다”고 덧붙였다.

전날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야후 CEO가 “소프트뱅크가 가장 많은 지분을 취하는 형태로 자본 관계 변경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인정한 데 이어 소프트뱅크도 이를 확인한 셈이다. 지난해 개인정보 유출 문제로 시작된 라인야후 사태는 네이버가 지분의 일부 또는 전부를 매각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모양새다.

소프트뱅크와 네이버는 현재 라인야후의 최대 주주인 A홀딩스의 지분을 절반씩 갖고 있다. 미야카와 CEO는 “지분율을 어떻게 조정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소프트뱅크가 머저러티(과반 이상)를 갖는 것을 논의 중”이라며 “(네이버로부터) 1%부터 100%까지 매입을 모두 염두에 두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주식을 어느 정도 매입하느냐에 따라 매입 조건은 달라질 수 있다”며 “당사(소프트뱅크)의 사업이나 캐시플로우(현금흐름)에 영향이 없는 전제 하에서 규모를 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향후 네이버가 어떤 조건으로, 어느 정도의 지분을 넘길지의 문제를 두고 양측 간 치열한 공방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야카와 CEO도 “네이버와 지분 협상은 오래 걸릴 수 있다”며 “(일본 총무성이 제시한 대책 제출 시한인) 7월 1일까지 협상을 끝내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들도 A홀딩스 지분 재조정 과정은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아사히신문은 9일 자에서 “영향력 약화를 우려하는 네이버 측이 소프트뱅크가 (A홀딩스) 출자 비율을 높이는 데 대해 난색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네이버가 지분을 넘기더라도 라인야후의 ‘기술적 독립’은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디지털 정책 전문가인 사토 이치로 국립정보학연구소 교수는 아사히에 “라인야후가 기술 혁신을 추진했지만, 1년이나 2년으로는 네이버 기술력과의 격차를 메울 수 없다”면서 지분 관계가 변하더라도 “라인야후가 네이버에 의존하는 구도는 한동안 바뀌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전날 “신중호 최고제품책임자(CPO)의 이사진 사임은 라인야후의 판단이고, 자본 변경 문제는 네이버의 중장기적 전략 관점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장기적 사업 전략에 따라 지분 매각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에 따라 소프트뱅크와 협상을 이어가고 있으며 구체적인 대응방안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이번 사태와 관련해 “개별 기업의 영업활동에 정부가 관여할 수는 없다”며 “(네이버의) 입장과 요청사항이 정리되면 그에 따라 정부는 필요한 지원을 하는 게 순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