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이오사 R&D·제조 역량 탁월…‘K항암제’ 협업 늘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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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제약·바이오테크 기업들의 초기 연구, 의약품 생산 역량은 매우 뛰어납니다. 여기에 각국의 시장과 규제 현황에 대한 이해를 더한다면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거라 봅니다.”

다국적 제약사인 베이진의 존 오일러 회장이 한국 의료진과 제약·바이오 기업과의 협업을 적극적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중앙일보와 화상 인터뷰를 통해서다. 오일러 회장은 “특히 베이진의 주력 분야인 혈액암·폐암·유방암·위암 등과 관련한 혁신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베이진은 미국 엔지니어·경영 컨설턴트 출신의 오일러 회장과 중국 과학자 샤오동 왕 박사가 2010년 공동 설립한 항암제 전문회사다.  2016년 나스닥에, 2018년 홍콩거래소에 상장했다. 미국과 유럽·호주·중국 등지에 제조시설과 영업 조직을 두고 있다.

이 회사가 개발한 항암제 신약 브루킨사캡슐(성분명 자누브루티닙)은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과 소림프구성 림프종 치료에 쓰인다. 이 항암제는 2019년 미국·유럽연합(EU)·한국 등 65개 국가에서 시판 허가를 받아 지난해 13억 달러(약 1조8000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2호 신약인 면역항암제 테빔브라(성분명 티슬렐리주맙)는 지난해 EU·한국 등에서 식도편평세포암 치료제로 사용허가를 받은 데 이어 지난 3월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지난해 회사 전체 매출은 25억 달러(약 3조4000억원)로 성장 초기 단계이지만, 13년 만에 신약 항암제 2종을 내놨다.

오일러 회장은 “1100여 명 규모의 항암제 R&D(연구개발)팀과 50여 개 항암제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을 보유하고 있다”며 “특히 수요가 높지만 충족도가 떨어지는 폐암·유방암·상부 위암·대장암·두경부암 등 5개 암종에 집중하는 전략적 R&D를 추진하고 있다”고 상업화 비결을 설명했다.

그는 임상연구 경쟁력도 강조했다. 오일러 회장은 “48개국에서 125개 신약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3200명 이상의 자체 임상 조직을 운영해 비용을 줄였다”고 말했다. 한국에는 2019년 진출해 100여 명의 임직원이 고형암과 혈액암 분야에서 37개의 1~3상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오일러 회장은 “베이진은 글로벌 임상시험과 규제 승인을 효율적으로 진행하는 데 강점이 있다”며 “K항암제 개발에 참여하고 싶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최근 미·중 기술 패권 다툼의 영향에 대해서는 “공급망과 제조시설 다각화로 대응하고 있다”며 “유럽에 이어 미국 뉴저지에 새롭게 제조시설과 R&D센터를 구축 중”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 아시아태평양 비즈니스 개발 부문 에반 골드버그 부사장은 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4 바이오코리아’에 참석해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에 대해 발표하며 “4, 5년 전만 해도 서양 바이오 기업들이 아태 지역에서 주로 일본과 협업했지만, 2~3년 전부터 한국과 협업이 늘었다”고 말했다.